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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말은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걸까? 아버지와 가족들과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데 대한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거기에 맞는 말은 없는지도 모른다. 나를 놓아 버리기를 거절하는 오빠, 더 이상 발차기를 그만두고 물에 가라앉아 버리겠다고 결심한 순간 손을 붙잡고 위로 끌어당겨 주는 오빠에게 어떻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 걸까? 거기에도 맞는 말은 없는 것 같다.
p490
그해 겨울은 길었다. 지루한 겨울이 계속되는 동안 규칙적으로 매주 다가오는 상담 시간과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를 하나씩 끝내고 다음에 볼 것을 찾아야 할 때 느끼는 묘한 상실감, 거의 누군가를 여읜듯한 슬픔 말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그리고 여름이 찾아왔고, 마침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올 무렵 나는 다시 집중을 해서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에 분노와 자기 비난 말고 다른 생각도 담을 수 있게 됐다. 나는 거의 2년 전 하버드에서 썼던 논문 챕터를 다시 폈다. 그리고 흄, 루소, 스미스, 고드윈, 월스톤크래프트와 밀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가족에 관해 생각했다. 거기에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있었다. 가족에 대한 의무가 다른 의무-친구, 사회,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와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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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는 거울 속에 머물렀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